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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mental poster

정반대 원소인 물과 불의 기발한 로맨스

2023년 6월에 국내 개봉한 <엘리멘탈>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올해 열린 제76회 칸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전 세계 최초 공개된 <엘리멘탈>은 픽사 스튜디오의 한국계 미국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내용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매번 기발한 상상력을 토대로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픽사 스튜디오답게 이번 <엘리멘탈> 역시 원소를 의인화 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불의 원소 캐릭터인 '앰버 루멘'과 물의 원소 캐릭터인 '웨이드 리플'의 로맨스 스토리를 보여주며, 여주인공인 앰버의 개인적인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불의 원소들이 모여 살던 '파이어랜드'를 떠나 모든 원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엘리멘탈 시티'에 정착하게 된 '버니 루멘'과 그의 아내 '신더 루멘'은 어렵사리 집을 구하고 딸 '엠버 루멘'을 낳게 됩니다. 그리고 편의점 '파이어플레이스'를 세우고 엘리멘탈 시티 내에 불의 원소들이 모여사는 '파이어타운'을 형성합니다. 엠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가게를 물려받을 날만 고대하고 있지만 손님 응대에 익숙해지지 않아 매번 손님들과 싸우게 됩니다. 엠버는 파이어플레이스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레드 닷 세일' 날 역시 손님을 응대하다 화를 참지 못하게 되고, 지하실로 가서 화를 터뜨리다가 수도관 파이프를 터뜨려 지하실을 물바다로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물의 원소 캐릭터인 웨이드를 만나게 됩니다. 시청의 조사관이었던 웨이드는 파이어플레이스의 파이프를 보고는 표준 규정에 어긋 난다며 위반 딱지를 끊고 도주하여 시청에 민원 신고를 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파이어플레이스는 폐업 위기에 처하게 되고, 엠버는 웨이드에게 파이어플레이스에 담긴 사연을 말하고 도와달라고 사정합니다. 이후 엠버와 웨이드는 폐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점점 관심을 갖고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원소인 물과 불이기 때문에 그들의 만남은 순탄치 못한 과정을 겪게 되고, 특히 엠버는 아버지 버니와 갈등을 겪으며 웨이드와의 사랑의 관계, 자신의 꿈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픽사의 한국계 미국인 애니메이터 '피터 손'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이자, 성우, 감독인 '피터 손' 1977년 10월 18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입니다. 피터 손 감독은 미국의 유명 예술학교인 '칼 아츠'에서 애니메이션 공부를 하였고, 졸업 후 '월트 디즈니 픽쳐스'와 '워너브라더스'를 거친 후  2000년에 인턴으로 픽사 스튜디오에 입사하여 영화 '니모를 찾아서'와 '인크레더블'에서 스토리보드 작업을 맡으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피터 손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는 2015년에 개봉한 '굿 다이노'로 이 작품은 그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그는 처음에 영화 '업'의 각본을 맡은 '밥 피터슨'과 함께 공동 감독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제작 지연문제로 인하여 결국 단독으로 영화의 감독을 맡았습니다. 피터 손 감독은 픽사의 많은 작품에서 성우로도 큰 활약을 펼쳐 보였는데, '굿 다이노'의 '포레스트 우드부시'와 '업'의 '러셀', '몬스터 대학교'의 '스퀴시', '라따뚜이'의 '에밀'의 성우로 참여하여 목소리 연기를 하였습니다. 특히 '업'의 '러셀'과 '몬스터 대학교'의 '스퀴시'는 피터 손 감독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다재다능한 실력을 골고루 갖춘 피터 손 감독은 픽사의 많은 작품에 기여를 했는데,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서 작품의 시각적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구조를 형성하였고, 자연스러운 성우 연기실력으로 조연으로서 코믹연기를 선보였으며, 연출가로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유머 감각과 따뜻함, 감성을 불어넣어 모든 연령대의 관객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적인 요소와 정서

영화 <엘리멘탈>은 '굿 다이노' 이후 7년만에 선보인 피터 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한국계 이민자 2세인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영화 전반에 걸쳐 반영된 작품입니다. 먼저 극 중에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물'과 '불'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그가 한국인이 아닌 다른 국적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 엠버는 웨이드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 그의 아버지인 '버니'로부터 엄청난 반대를 겪고 무수한 충돌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피터 손 감독 역시 한국인이 아닌 다른 국적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을 때, 그의 할머니로부터 '한국인과 결혼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며, 문화적인 충돌을 많이 겪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터 손 감독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서 묘사되었는데, 영화의 후반부에 모든 원소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교류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서 한국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엠버는 아버지를 부를 때 '아빠' 혹은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아슈파'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한국어인 '아빠'에서 모티브를 따와 짓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불의 요소들이 모여 살고 있는 '파이어타운'의 빌딩들과 엠버 가족이 가게인 '파이어플레이스'의 건물 모습은 한국의 아궁이와 가마솥, 돌솥의 모형에서 모티브를 따와 디자인하였다고 합니다. 파이어플레이스 내부 디자인에도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내부의 환풍기는 한국 고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풍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에도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갔는데, 엠버의 아버지 '버니'가 원래 살던 '파이어랜드'를 떠날 때 큰 절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큰 절을 하는 것은 한국에서 어른에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는 것으로, 피터 손 감독이 그의 아버지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올 때 비행기를 타기 전 가족들에게 큰 절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명받아 영화에 반영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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