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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꿈과 풋풋한 사랑이야기
1995년에 개봉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귀를 기울이면>은 '히이라기 아오이'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로, 지브리의 작품 중에서 가장 설레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미야자치 하야오 감독의 대를 이을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콘도 요시후미'가 감독을 맡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각본 및 콘티, 제작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입니다. <귀를 기울이면>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으로 알고 있는 영화 팬들이 많은데, 이는 각본과 콘티 등 주요 작업을 대부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맡았기 때문에 감독 특유의 분위기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책을 좋아하는 14세 중학생 '츠키시마 시즈쿠'라는 여중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시즈쿠와 세이지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즈쿠는 아버지가 사서로 근무 중인 도서관에 들려 자주 책을 빌려 읽곤 하는데, 자신이 빌려 읽으려는 책을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소년이 모두 먼저 빌려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즈쿠는 길에서 '문'이라는 뚱뚱한 고양이를 만나게 되고 고양이를 따라가다가 어느 골동품 점에 들리게 되고, 골동품 점의 주인인 '니시 시로'라는 할아버지와 세이지를 만나게 됩니다. 시즈쿠는 그곳에서 세이지의 꿈에 듣게 되고, 삶의 목표가 없던 자신에 대해서 반성하고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소설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시즈쿠와 세이지는 점점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유학길에 오르기 전 이탈리아로 잠시 다녀온 세이지는 귀국하자마자 시즈쿠에게 달려가 결혼은 전제로 고백하고 시즈쿠가 그 고백을 받아들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아련하고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지브리 특유의 분위기로 재현된 실제 배경지
<귀를 기울이면>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특유의 동화같은 분위기와 색감으로 리얼하게 구현된 작화가 정말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공간은 도쿄의 실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실사처럼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찬사를 받았습니다. 영화의 주 배경지가 된 곳은 도쿄의 게이오선 세이세키 사쿠라가오카역 주변의 '타마 뉴타운' 지역입니다. 세이세키 사쿠라가오카역 서쪽 출구로 나오면 극 중에서 등장하는 골동품 가게인 '지구옥'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우편함과 안내지도가 그려진 지도판이 있는데 그 덕분에 영화 팬들의 성지순례 장소로도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우편함은 편지를 넣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일반 편지가 아닌 자신의 꿈과 소망을 넣은 편지를 넣는 우편함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배경 공간으로는 먼저 세이세키 사쿠라가오카 역 북쪽 출구와, 사쿠라가오카 언덕길, 언덕 계단, 신사(시즈쿠와 스기무라가 만나는 곳), 하천길(시즈코가 걷던 길), 로터리, 언덕 풍경(시즈쿠와 세이지가 마을을 내려다 보던 곳), 영화 후반부에서 세이지가 시즈코에게 고백하던 사유지 언덕길 등이 있습니다. 영화가 1990년대에 개봉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보다 개발이 덜 된 풍경으로 등장하지만 실제 장소와 정말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이곳을 찾는 팬들을 위하여 영화의 메인 주제곡인 '컨트리 로드'를 세이세키 사쿠라가오카역의 전철 멜로디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첫 번째 감독작이자 유작
이 영화에는 슬픈 여담이 있는데, 바로 영화의 감독을 맡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첫 번째 감독작이자 유작이라는 점입니다. 콘도 요시후미 감독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반딧불이의 무덤', '마녀 배달부 키키', '추억은 방울방울', '모노노케 히메' 등 수많은 작품의 작화감독과 애니메이터로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연출을 희망한 콘도 요시후미를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귀를 기울이면>의 감독직을 맡겨 처음으로 감독을 맡았지만, 워낙 미야자키 감독의 간섭이 지나치게 심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내내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콘도 요시후미 감독은 '귀를 기울이면' 이후 '모노노케 히메'의 작화감독을 맡아서 작업을 마친 후 다음 연출작을 준비하던 중 과로사로 인한 '대동맥 박리'로 47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가슴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뒷면에는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슬픈 비하인드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또 다른 여담으로는 영화의 메인 주제곡인 '컨트리 로드'에 관한 내용입니다. '컨트리 로드'는 미국의 컨트리 가수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라는 컨트리 송에 일본어 가사를 붙인 곡입니다. 극 중에서는 스즈키가 가사를 붙인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이 번안 가사는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스즈키 토시오'의 딸이 작사를 맡았다고 합니다. 스즈키 토시오의 딸은 그 당시 19세의 대학생이었는데, 아버지의 제안을 듣고는 '작사료를 얼마 줄 것이냐'라고 먼저 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감 당일날 5분 만에 작사를 완료하였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를 보고 매우 마음에 들어 해 약간의 수정만 거치고 바로 완성본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귀를 기울이면>은 이후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스핀오프 격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고양이의 보은> 입니다. 극 중에서 시즈쿠가 쓰는 소설로, <귀를 기울이면>에 등장하는 골동품 가게 '지구옥'에 진열된 남작 고양이 인형 '바론'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