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uzume poster

신카이 마코토 재난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영화

2022년 일본에서 개봉한 후 2023년 국내 개봉을 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은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블록버스터급의 스케일과 주인공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 로드무비 형식의 영화로 이전의 영화들과 세계관이 연결된 스토리 전개가 아닌 새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요약내용은 규슈 지방에서 이모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소녀 '스즈메'가 폐허를 찾아다니는 잘생긴 청년 '소타'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타는 스즈메에게 폐온천의 위치를 물어보고 스즈메는 위치를 알려줍니다. 잘생긴 외모의 소타가 계속 생각나 폐온천으로 직접 향한 스즈메는 그곳에서 신비한 문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문을 지키는 '요석'을 뽑아버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매우 거대하고 지렁이처럼 검붉고 긴 형제이자 지진을 형상화된 존재인 '미미즈'가 이승의 세계로 나오게 됩니다. 열린 문을 통해 빠져나온 미미즈가 땅으로 넘어지면서 지진이 일어나게 되고 가문 대대로 '문'을 지켜온 소타는 스즈메와 함께 문을 닫아 미미즈를 봉인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둘 앞에 흰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노랗고 작은 의자로 만들어 버린 후 도망치고 의자가 된 소타와 스즈메는 고양이 다이진을 따라가게 됩니다. 다이진을 따라가다가 꼼짝없이 출항하는 배를 타버리게 된 스즈메와 소타는 다이진을 찾기 위해 일본 전역을 떠돌아다니게 되고 다이진으로 인해 그 지역에서 열린 문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폐허가 된 장소에 바치는 애도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폐허가 된 장소들이 유독 많이 나옵니다. 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고향인 나가노현을 찾을 때마다 점점 폐허와 폐가가 늘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는 등의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폐건물이나 폐허가 된 장소 역시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것이 이 영화의 기획 의도가 되어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에서 동일본 대지진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날씨에 아이>에서는 혜성의 폭발과 비로 인한 자연 재해의 피해를 보여 주며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지진을 의미하는 형체인 미미즈가 등장하여 극 중에서도 지진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직접적으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비하인드가 있다고 하는데, 영화가 개봉한 2022년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딱 11년이 되는 해인데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탓인지 대지진에 대한 추모도 점점 사라지고 심지어 대지진을 겪어 보지 못한 요즘 일본의 젊은 세대는 재난에 대해 제대로 알지 조차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아직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잊지 않기 위해 이 영화를 포함하여 재난 3부작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일본 전역의 실제장소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주인공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야기가 전개 되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서일본에서 출발하여 동일본까지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일본 여행을 같이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여러 지역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나옵니다. 하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전부 실제로 재난이 발생한 지역이거나 그 인근 지역입니다. 먼저 스즈메가 살고 있는 곳이자 여정의 첫출발지점인 미야자키현(규슈지역)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곳은 아니지만 2016년에 구마모토 지진이 발생한 곳입니다. 영화 속에서 스즈메는 폐허가 된 온천에 열린 재난의 문을 잠그는데, 영화에 나온 온천은 실제 장소를 모티브로 했으며 오이타현에 위치한 '유노히라 온천'입니다. 영화와 달리 지금도 운영 중인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지역은 동갑내기 소녀 아마베 치카를 만난 곳으로 에이메현(시코쿠)입니다. 에히메현은 2018년 서일본 호우재해를 겪은 지역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전례 없는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발생한 곳입니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자연재해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스즈메와 소타는 폐교에 열린 문을 닫으러 가는데 실제로 이 지역에 있는 사이조시 가모 마을회관을 모티브로 했으며 폐교를 마을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지역은 어린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스낵바의 주인 마담인 니노미야 루미를 만나게 되는 곳으로 고베(효고현)입니다. 고베는 1995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최대 사상자와 피해를 일으킨 고베 대지진이 일어난 곳입니다. 고베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은 오사카와 교토까지 피해를 입은 그야말로 대지진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스즈메와 소타가 폐쇄된 놀이공원에 있는 관람차의 문을 닫으러 가는데 이 장소는 고베 오토기노쿠니 놀이공원을 모티브로 하였으며 실제로 지금도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네 번째 지역은 도쿄로 1923년에 관동 대지진이 일어난 지역으로 극 중에서 가장 큰 '미미즈'(지진을 의미)가 발생하는 곳입니다. 극 중에서 스즈메가 다리에서 뛰어내려 지하철 선로로 들어가는데 실제 장소인 '히지리바시'다리와 지하철역인 '오차노미즈역'을 모티브로 한 장소입니다. 현재 <스즈메의 문단속> 촬영장소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의 종착지이자 극 중에서 스즈메의 고향으로 나오는 도호쿠 지방의 이와테현은 일본에서 일어난 가장 큰 재난인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지역입니다. 이와테현에 도착하기 전에 나오는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역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크게 입은 지역들입니다. 영화 속에서 스즈메는 꿈속에 나오는 장소와 아이가 자신의 고향, 그리고 어릴 적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겪었던 재난의 공포와 아픔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폐허가 된 공간에 덩그러니 있는 문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서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또 다른 스즈메를 위로하고 추모하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