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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 질 수 없는 두 남녀의 섬뜩한 만남
'유령신부'는 2005년에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판타지 영화입니다. 팀 버튼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후 만들어진 영화로, 최초로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또한 전작인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이후 3번째로 제작에 참여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유령신부'는 섬뜩하고 기괴하지만 기발함이 독특하게 어우러져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빅토리아 시대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빅터 반 도르트'와 유령 신부인 '에밀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졸부 집의 아들인 빅터는 출세를 하려는 부모님에 의해서 전재산을 탕진하여 몰락한 명문 귀족의 에버글롯 가의 딸 빅토리아와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매우 소심한 성격의 빅터는 결혼을 앞두고 너무 긴장을 하여 저택 근처의 숲 속에서 혼자 서약식 연습을 진행하였고, 서약식의 마지막 순서인 반지 전달을 위해 숲 속 바닥에 있던 나뭇가지에 반지를 끼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 나뭇가지는 사실 죽은 여성의 손가락이었고, 유령신부인 에밀리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자신에게 청혼했다고 생각하여 감격하게 되고, 빅터를 아랫세계(저승)로 데려갑니다. 아랫세계에서 깨어난 빅터는 기겁하여 도망을 쳐 지상으로 가서 빅토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에밀리에 의해서 다시 아랫세계로 끌려가고 맙니다. 빅터는 그곳에서 에밀리의 기구한 사연과 빅토리아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독약을 마시고 죽은 뒤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빅터와 에밀리는 아랫세계의 죽은 자들과 다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 빅토리아의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고 지상에 나타난 죽은 자들로 인해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빅토리아와 결혼하게 될 남편의 정체로 인해 빅터와 에밀리, 빅토리아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유령신부'의 섬뜩하지만 아름답고 슬픈 러브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OTT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극명한 시각적 대비
팀 버튼 감독의 <유령신부>는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으로, 눈에 크게 띄는 특징으로는 극 중에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시각적으로나 주제적으로 완전 정반대로 구분지어 묘사하고 있으며,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흔히들 산 자와 죽은 자를 대비되어 표현할 때와는 정반대로 이를 비틀어 표현하였는데, 살아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상인 윗 세계의 배경 공간은 무채색으로 표현하였고 그와 반대로 죽은 사람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아랫세계인 저승은 매우 컬러풀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의 표정이나 성격 또한 매우 대비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살아있는 사람들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생기도 없고, 표정의 변화도 그다지 없으며, 오로지 돈과 명예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와 반대로 죽은 사람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매우 활기차고 시끌벅적하며 서로서로 교류를 하며 친근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래 사람들이 생각하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반대로 표현하고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서 현실 세계의 갑갑함과, 부담감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적인 현실을 풍자하였고 오히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편한 현실에 대하여 비꼬아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조적인 모습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분 짓는 것 이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보이고 있는데 빅터와 빅토리아의 가문 역시 계급사회에서 대조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빅터의 부모님은 평민 출신이지만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되었고, 빅토리아의 가문은 원래 귀족 집안이었지만 원래부터 있었던 재산만 믿고 그것을 탕진하여 빚더미에 앉은 이름만 귀족인 빚더미 신세입니다. 하지만 두 가문 모두 귀족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 '정락결혼'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서 계습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극 중의 캐릭터의 성별의 차이에서도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들보다 더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와 반대로 여자 주인공 캐릭터들은 적극적이고 당찬 모습을 보여주며 전형적인 동화의 클리셰를 깬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억울함을 풀고 나비가 되어 승천한 에밀리
영화의 후반부에 지상으로 올라온 빅터와 에밀리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빅토리아와 바키스를 만나게 됩니다. 지상으로 올라온 죽은 자들로 인해 마을은 한바탕 난리가 나고, 난리통을 뒤로 하고 저택에 돌아간 빅토리아는 바키스에게 자신의 가문은 재산이 없고 빚더미 신세라는 것을 밝힙니다. 빅토리아의 가문과 돈만 보고 결혼을 결심한 바키스는 이를 듣고는 불 같이 화를 냅니다. 그리고 빅터와 에밀리는 어느 교회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려던 중이었고, 이를 빅토리아가 보게 됩니다. 에밀리도 교회 밖으로 빅토리아가 와있는 것을 보게 되고 순간 자신이 빅토리아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에밀리는 결혼식 서약서를 다 읽지 못하고 망설이고, 독약을 마시고 죽은 자가 되려는 빅터를 말려 그의 죽음을 막아섭니다. 에밀리는 빅터에게 '자신이 꿈을 빼앗기고 죽은 사람이 되었는데, 차마 자신 역시 다른 사람의 꿈을 빼앗을 수 없다'라고 말하며 그와 결혼할 수 없다고 전하며 결혼을 포기합니다. 그때 바키스가 결혼식장으로 쳐들어오고 에밀리는 바키스를 한눈에 알아보게 되는데, 그는 에밀리가 살아있을 때 에밀리와 사랑에 빠졌던 남자였고, 에밀리를 죽인 장본인이었다는 점이 밝혀집니다. 궁지에 몰린 바키스는 빅토리아를 인질 삼아 빅터와 에밀리를 위협하고, 빅터를 찌르려던 칼을 에밀리가 대신 맞게 됩니다. 에밀리를 두 번 죽인 셈이 되는 바키스는 기쁜 마음으로 독약이 든 잔을 와인으로 착각하고 마시게 되고, 독약으로 인해 죽게 된 바키스는 유령들에 의해 아래세계(저승)로 끌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자신을 죽인 바키스에 대한 복수를 성공한 에밀리는 빅터와 빅토리아를 이어준 후 나비가 되어 승천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