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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rden of Words poster

한 여름날의 아련한 사랑이야기

2013년에 개봉한 <언어의 정원>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가 연출을 맡은 극장 애니메이션입니다. 4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언어의 정원>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빛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안겨준 작품으로 그의 전체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영상미와 작화배경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집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로, 3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의 압축하여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어의 정원>은 여름 장마가 시작될 무렵을 시작으로 하여 여름 장마가 일어나는 동안 남자 주인공 '타카오'와 여자 주인공 '유키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아련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카오는 15세의 고등학생으로 구두 장인 지망생이고, 유키노는 타카오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문학 선생님입니다. 타카오는 비가 오는 어느 날 학교로 가지 않고 신주쿠 공원에 위치한 큰 정자로 향하고 그곳에서 어딘가 우울한 모습을 하고 초콜릿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유키노를 만나게 됩니다. 이후 그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공원의 정자에서 자주 만나며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들은 점점 더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정자에서 만나기 위해 비가 오기만을 고대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장마가 빨리 끝나버리고, 비가 오면 정자로 간다는 구실이 없어지자 타카오는 더 이상 정자로 가지 않습니다. 타카오와 달리 유키노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공원의 정자로 가서 타카오가 오기를 고대하며 기다립니다. 이후 유키노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의 개학날에 사직서를 내기 위해 학교에 출근을 하고 그곳에서 타카오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타카오는 친구를 통해서 유키노가 학교에 그간 나오지 않았던 사연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타카오는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이지만 유키노를 보고 싶은 마음에 신주쿠 공원의 정자로 향하고 우연히 그곳에서 유키노를 만나게 됩니다. 둘이 만나게 되자 거짓말처럼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비를 맞은 둘은 유키노의 집으로 향합니다. 유키노의 집에서 타카오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고백하고, 그 고백을 들은 유키노 또한 참지 못하고 타카오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합니다. 영화를 감상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OTT서비스인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비'의 상징성

<언어의 정원>에서 비는 그저 장마기간에 내리는 날씨배경이 아니라 아주 중요한 상징성을 띈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는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하며 다양한 주제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반복되는 모티브로 사용되어 스토리에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비와 관련된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외로움'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 사람들은 보통 우울감과 무기력함 등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극 중에서 두 주인공의 감정과 상황을 좀 더 극대화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타카오와 유키노 두 주인공은 각자 처한 상황들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데, 비가 그들의 감정과 고립된 상황에 대한 은유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 중에서 비는 변화와 성장을 도와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정원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대지를 번성하게 만들어 주는데, 극 중에서 두 주인공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정자로 간다'라는 이유를 핑계로 서로 자주 만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감정적인 위로를 받으며, 개인적인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비는 두 주인공의 정서적인 성장과 관계의 꽃을 피우는 촉매제로서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는 일시적이고 덧없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의미하기도 합니다. 두 주인공이 정원에서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비가 내리는 날'이라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는 매일 그리고 영원히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무한정 지속될 수 없는 날씨로 그들의 연결과 만남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음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비의 시각적인 묘사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비가 내리는 풍경이나, 빗방울, 비의 질감 등은 영화의 영상미를 극대화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어의 정원>에서는 비는 두 주인공들의 감정과 연결에 대한 열망, 관계의 무상함을 강조하는 강력한 모티브로서 역할을 하며 또한 영화의 미학적인 분위기도 한층 드높여주는 역할로서 쓰이고 있습니다. 

뛰어난 영상미와 자연의 소리를 담은 사운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은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도 유난히 '감각적'으로 뛰어난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빛의 마술사'라는 신카이 마코토의 별명답게 스크린 속에 표현되는 '빛의 표현'은 그의 작품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으며, 영화의 정서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이 함께 있을 때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와 두 주인공의 비추는 장면이라던지, 신주쿠 공원의 드 넓은 풍경을 부감(카메라를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찍는 샷)의 구도로 보여줄 때 비로 인하여 생성되는 무지개나, 연못이 빛으로 인해 반짝거리는 등의 장면을 통해 영화 전반에 걸쳐 '빛'을 아름답게 표현하여 비가 내리는 우중중한 날씨이지만 두 주인공의 아련한 감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 '빛'이란 소재는 '비'와 함께 극 중에서 절묘한 화합을 이루며 작품의 정서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본 여름날 특유의 색채를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극 중에서 비가 오고 난 뒤에 빛을 띄우는 식의 표현으로 빛의 선명함과 자극성을 더욱 깊게 만들어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영화가 너무 어둡고 무겁게만 여겨지지 않게, 비가 내리고 있지만 먹구름이 지나가고 그 속에 가려져 있던 태양이 잠시 드러날 때 환하게 내리치는 햇살과 무지개 그리고 빛 그 자체 등으로 표현하여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의 정원>는 유난히 소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40분을 약간 넘는 짧은 러닝타임에서 인물들의 대사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 대신 대다수의 장면들이 '자연의 소리' 그 자체로 장면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빗소리'인데, 영화 초반부터 시원하게 들리는 빗소리는 여름 장마가 시작되는 작품의 초반 내내 등장하며 초여름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며 영화의 정서적인 분위기를 드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빗소리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새소리'입니다. 새소리는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이나 역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환기 시킬 때 등장합니다. 이렇듯 빗소리, 발자국 소리,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도시의 소음 등 세심하게 제작된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의 감성적인 깊이와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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