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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ENTIMETER PER SECOND poster

3부작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중편 영화

2007년에 국내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는 62분의 짧은 중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의 연이은 성공으로 일본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거장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두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유의 시그니쳐 스타일이 가장 많이 응축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연출 스타일과 아름다운 작화로 표현해 내어 많은 영화팬들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감독의 별명답게 압도적인 영상미를 보여주고, 감독의 최대 명작인 '너의 이름은'의 베이스가 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3편의 단편이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영화로, 1편 <벚꽃 이야기>과 2편 <코스모너트(우주비행사)> 그리고 3편 <초속 5센티미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편의 단편 모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남자 주인공 '토오노 타카키'로 그와 관련된 각각의 인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타카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인 '초속 5센티미터'의 의미는 영화의 인트로에서 바로 나오는데,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1편 '벚꽃 이야기'는 도쿄를 배경으로 하며 1년의 시간차를 두고 도쿄의 같은 학교로 전학을 온 타카키와 아카리에 대한 이야기로, 둘의 아련한 첫사랑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2편 '코스모너트(우주비행사)'는 도쿄를 떠나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한 타카키와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동급생 카나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카나에가 타카키를 짝사랑하며 겪은 감정의 과정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3편 '초속 5센티미터'는 성인이 된 타카키가 도쿄로 돌아와서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공허한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의 마음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아카리에 대한 마음과 자신의 무기력함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OTT 서비스인 왓챠와 웨이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첫 사랑의 짧지만 강렬함

<초속 5센티미터>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부터 영화의 서성적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주고 있는데, 영화의 인트로에 나오는 설명에 '초속 5센티미터'의 의미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고 나오는데, 사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 보다 훨씬 빠르다고 합니다. 실제와 다른 규정의 제목을 정한 것은 '벚꽃'이라는 짧은 순간에만 즐길 수 있는 꽃이 떨어지는 순간을 최대한 길게 연장하고, 실제 떨어지는 속도보다 느리게 기억하고 싶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감정적인 포인트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독의 작품들에 나타나는 사랑관의 핵심은 '거리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벚꽃은 아련한 첫사랑의 의미라고 볼 수 있으며,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사랑이 멀어지는 속도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훨씬 빨리 떨어지는 벚꽃의 속도를 그보다 훨씬 긴 '초속 5센티미터'라고 규정함으로써 사랑이 멀어지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연장하고 싶으면서 첫사랑을 더 오래도록 애상적으로 곱씹어보고 싶은 감독의 서정적인 포인트가 담겨 제목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의 판타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로, 첫사랑을 판타지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첫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첫사랑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라는 이 두 가지의 역설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1부 '벚꽃 이야기'에서 타카키와 아카리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함께 토론하는 장면으로 앞으로도 영원할 것만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3부 '초속 5센티미터'에서 결국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에 대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2부 '코스모너트(우주비행사)'에서는 고백에 실패한 카나에와 타카키가 함께 있을 때 하늘을 향해 우주비행선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는 카나에가 고백에 실패함으로써 지상에서 둘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주공간으로 한없이 영원에 가까운 여행을 떠나는 우주비행선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황과 역설적으로 배치시켜서 카나에가 비록 고백에 실패하였지만 짝사랑과 첫사랑의 감정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첫사랑과 짝사랑 등의 과정을 통해서 인간이 겪게 되는 설렘, 상실, 좌절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짧은 이야기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3편의 짧은 단편 이야기를 통해서 공통적으로 '상실감'이라는 감정을 주제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첫사랑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첫사랑을 잃고, 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그 상태(상실감)이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팬의 메일에서 시작된 영화 제작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는 어느 날 감독의 메일함으로 온 어느 여성팬의 메일에서부터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줄곧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여 받은 메일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어떤 여성팬이 '벚꽃 잎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라는 메일을 보냈고, 그것을 본 감독이 아이디어를 얻어 여성팬에게 제목으로 써도 되겠냐는 허락을 받아 기획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목을 정한 후 감독은 서로 연관이 전혀 없었던 짧은 단편 기획들 중에서 서로 이야기가 이어질만한 단편을 3개 골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3편은 전혀 연관성이 없었지만 대사 등을 새로 수정하여 각각의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식으로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첫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취지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오히려 '첫사랑에 대한 아픔을 다시 한번 느꼈다'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자신이 기획했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평가가 나오자 감독은 이 영화를 계기로 '앞으로는 감독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라고 반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기 전에는 스타감독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제작비로 '초속 5센티미터'를 제작하였는데, 제작비 절감을 위해서 별도의 사무실 없이 개인의 자택에서 소수의 인원들과 함께 제작을 진행하였고, 처음에 2명이었던 제작진이 이후 10명까지 늘어나자 집의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여 전기 사용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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